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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질문(취업후)

주니어 개발자의 현업 프로젝트 2편. [어디에도 없는 사용자]

멈출수 없는 프로젝트. 중간 점검은 없다.

사용자가 없다. 그리고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우리가 만든 서비스는 특정 대상 군을 소비자로 두었다.

 

20~40대 남성, 여성 주 타깃은 회사원.

 

재밌는 것은 해당 타겟은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해당되는 집단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사용자의 관점을 가지고 기능을 구현하지 않았다.

 

사용자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기획자였다.

 

하지만 기획자는 너무도 큰 영향을 받아버린 사용자였다.

 

비슷한 서비스들을 사전에 검토했기 때문에 기획자의 사용이슈는 다른 서비스에 없는 기능들에 대한 고민들이 위주였다.

 

~~ 서비스는 이런 기능이 없는데, 우리가 추가해서 차별성을 가지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기획자는 사용자와는 거리가 먼,

 

해당 기획에 대한 전략을 바라보는 사람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모바일 개발자와 서버 개발자도 처음에는 사용자의 포지션에서 여러 기능들을 의논했다.

 

이게 필요할까?

 

초기 출시인데 이건 너무 무거운 거 아닌가? 

 

이게 급한 기능일까?

 

등등

 

이에 대한 피드백은 팀장으로 부터도, 기획자로부터도 냉담했다.

 

이는 달리고 있는 열차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역으로 움직이게끔

 

만들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다.

 

2~3번의 그러한 경험을 가지게 된 개발자는 그냥 기획대로 나아가기로 했다.

 

각자 바라보는 방향이 달랐다.

 

기획팀은 차별성이 있는 기능에 그리고 유사 서비스의 기능들에 민감했고

 

개발팀은 일정 안에 구현할 수 있냐 없냐가 이슈였다.

 

아무도 진정한 사용자가 되지 못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 나는 적어도 사업 아이템은 그것을 진심으로 바라는 사용자가 있으니 탄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속한 회사는 그러한 곳이 아니었다.

 

전략에서 다양한 아이템들이 논의되고 캐비닛에 저장된다.

 

추후에 새로운 아이템으로 서비스를 시작해야 할 때 저장해 놨던 아이템들을 나열해서 전략적인 토의가 진행되고

 

괜찮게 골라진 아이템을 전략실에서 고르게 된다.

 

그리고 해당 아이디어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개발팀과 기획팀으로 가져오게 된다.

 

기획팀은 시장에 존재하는 서비스들을 분석해서 차별화된 기능을 추가하여 +알파가 되는 서비스에 집중한다.

 

그리고 개발은 공수를 분석하고 일정안에 구현될 수 있도록 기능 구현에 착수한다.

 

최근에 라디오에서 CES에 다녀온 기자의 CES 후기를 들었다.

 

유모차와 관련해서 불편한 사용자를 위해 자율주행 + 아기의 졸음을 유도해 주는 첨단 유모차에 대한 내용이었다.

 

개발자는 놀랍게도 유모차의 불편함을 몸소 경험했던 어머니였다. (독일의 스타트업)

 

나는 서비스가 이렇게 탄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니즈가 있고, 시장에는 이러한 서비스가 있으며, 해당 서비스에 차별성을 추가해서 출시하는 게 아니라

 

실제 ~~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있고 해당 사용자는 ~~한 점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용자의 니즈가 패턴적으로 보이는지 체크하고,

 

그러한 사용자 혹은 집단을 옆에두고 여러 질문을 진행하면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비스는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인데(사내 동료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직까지도 단 한명의 진정성 있는 사용자를 만나보지 못했다.

 

빛 좋은 개살구처럼 설명으로 들어보면 괜찮은 여러 기술이 들어간 서비스이지만

 

1명의 사용자도 제대로된 만족을 주지 못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

 

기획-분석-개발 사이클이 모두 끝나고 테스트를 거치는 것처럼

 

서비스는 기획-분석-개발 사이클과 테스트가 끝나고 나서야 누가 이 서비스를 사용할지에 대한 검증을 받게 된다.

 

아직 출시한 서비스가 아니라서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게 될지는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은 비관론적으로 내가 개발한 서비스를 평가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내가 처음으로 개발에 참여한 서비스이지만

 

어디에도 없는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가 될 까 겁이 나서 방어적인 자세(비관적인 자세)를 취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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