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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질문(취업후)

다시 돌아간다면 석사 생활을 할 것인가? 컴퓨터 공학과 석사 졸업 후기

 

2년이라는 시간

 

추석 연휴 때 고등학교 때 친구들(동네 친구들)을 만났다.

 

나를 포함한 3명은 석사학위(컴퓨터공학 계열)를 마치고 취업했고, 1명은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했다. 

 

다들 어엿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95년생. 대학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한 경우라면 직장인 2~3년 차가 되는 시점.

 

2~3년차 직장인들 중에서 이직과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치게 된다.

 

가장 젊고 팔팔한 시기.

 

그 무엇이 두려우랴. 자신이 원하는 목표치와 생활을 쟁취하기에 넉넉한 에너지가 있는 시기이다.

 

특히 2~3년차가 되면 경제적 여유도 어느 정도 생기고, 생활의 여유도 생기면서 장기적인 전망을 다시 검토하는 듯하다.

 

나는 대학 졸업 후 바로 같은 대학의 석사 과정을 밟았기에

 

직장 생활을 하다가 다시 대학원으로 가는 상황을 완전하게 공감하지는 못한다.

 

개인적으로 대학원 -> 직장인 생활을 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으로 진학하려는 사람들을 뜯어말리고 싶은 입장에 있다.

 

친구들의 후회

 

대학원에 가지 않고 바로 취업한 친구는 대학원에 대한 궁금증을 우리에게 물어봤다.

 

대학원이 가지는 메리트가 있는지,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 생활을 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시 돌아간다면 대학원 생활을 할 것인지..

 

나를 제외한 2명의 석사 졸업 친구는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고, 시간을 되돌려 다시 돌아간다면

 

석사 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나는 돌아간다면 석사 생활을 한다고 답변했고, 직장인이라면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 생활을 고민한다면

 

많은 질문과 답변을 스스로 낸 후 신중한 결정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 줬다.

 

실망

 

같은 포인트에서 내 친구는 석사 생활을 실망했고, 나는 석사 생활을 만족했다.

 

그것은 자유이자 방치라는 양면적인 생활을 지닌 연구실 생활이었다.

 

대한민국의 특수한 교육 문화를 쭉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유가 어색해지는 순간이 오게 된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랄까.

 

너무 자유로우면 그 자유로움대로 어색함과 부담스러움이 존재한다.

 

특히 속박에 가까운 교육 환경 속에서 갑자기 자유로운 날갯짓을 하며 연구하는 생활은 어색하기만 하다.

 

특히 석사 생활은 더더욱 그렇다.

 

어떤 연구를 할지, 어떤 공부를 할지, 어떤 연구 주제를 고민해봐야 할지 등등 모드 선택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온전히 대학에서 생활하는 만큼 시간은 차고 넘친다.

 

연구실 내의 연구 분야 혹은 공부 분야만 공통 관심사였고 연구실 내에서의 생활은 상당히 자유로웠다.

 

나는 마지막 1년간은 혼자서 석사 생활을 했기에 자유도는 훨씬 높은 편이었다.

 

연구 주제부터,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 연구실 생활 스케줄링 등등 지도 교수님이 터치하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그저 생활할 때 딱 필요한 수준의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연구 과제만 유지했고 그 외의 모든 생활은 나의 자유였다.

 

경제적 자유가 한정된 상황 속에서 연구적인 자유도는 매우 높았던 것이다.

 

교수님도 정년에 가까워지면서 연구에 대한 큰 욕심은 없었고,

 

석사 생활 과정에서 갖춰야 할 탐구적이고 연구자적인 부분에서 코치해 주셨다.

 

반면 내 친구는 연구원이 많은 연구실에서 생활했다.

 

그래서 교수님이 한 명 한 명 마이크로 하게 관리하기가 힘들었던 건지.. 아니면 그냥 자유도가 높은 연구실 문화를 지향한

것인지.. 친구는 교수로부터 무엇하나 배운 게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동시에 쟁쟁한 연구원들과 실적 경쟁을 해야 했기에 상당히 힘든 연구실 생활을 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자신의 석사 전공과 무관한 IT회사에 취업하게 되었고,

 

2년의 시간 동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 모든 시간이 아쉬운 건 아니라고 했다.

 

석사 생활을 안 했다면 그 생활의 궁금증으로 인해 무료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다시 대학교로 돌아갔을 수도 있으니..

 

석사 생활을 한 것으로.. 석사에서 멈춘 것으로 만족한다고 하며 현재 직장생활의 여유가 즐겁다고 해주었다.

 

어떤 목적을 지녔는가?

 

IT에서 석사 포지션은 참 애매하다.

 

보안 쪽이나 AI 쪽이 아니라면 IT에서의 석사 학위는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개인적인 생각...)

 

인턴, IT 교육과정이 취업에 더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이 부분이 IT 개발자에게 석사 학위가 주는 아쉬움이 아닐까 싶다.

 

취업 준비 과정에서 인사 담당자에게 "석사" 학위가 경력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물어봤다.

 

쟁쟁한 IT 기업은 단호하게 답변해 줬다. "박사학위든, 석사학위든 신입사원은 신입사원부터 시작합니다."

 

학위와 무관하고, 학력과 무관합니다.라고 말이다.

 

몇몇 SI 기업은 1년 정도 경력을 인정해 줄 수 있다고 답변해 주었고,

 

석사 학위가 직무에 영향을 주는 일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해 줬다.

 

최종적으로 직장인이 될 미래를 그린다면.. 연구원으로 빠지지 않는 이상 직무는 회사에서 니즈에 맞게 배치하게 된다.

 

내가 AI를 전공해도 회사에서 설루션으로 배치시키라고 하면 설루션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취업한 회사에서 많이 본 상황이었다.

 

모바일 개발자로 들어왔는데, 갑자기 백엔드 팀으로 빠진다거나..

 

백엔드 개발자로 들어왔는데 프론트 팀으로 빠진다거나..

 

빅데이터 팀으로 들어왔는데 솔루션 팀으로 빠진다거나...

 

이렇게 직장에서는 직무의 자유로움을 내가 원하는 자유로움만큼 얻기가 어렵다.

 

그 부분에 있어서 석사 학위는 아쉬움을 남기는 계륵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괜한 자격지식만 생기게 만드는...ㅠ]

 

내가 다시 돌아가도 석사 생활을 하는 이유

석사 과정에서 내가 가장 최우선의 목표로 둔 것은 많은 지식인들을 접하는 것이었다.

 

대면이 아닌 독서를 통해 지식인들을 접하는 것이었다.

 

고전적인 책들이 지식인들과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책들이었다.

 

왜 수십 년간 이 책이 중심이 되었는지

 

어떻게 이 지식인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어떤 윤리의식으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해결하고 어떻게 해결책을 발굴하는지 등등..

 

그때 만난 지식인들 덕분에 삶의 많은 부분 좋은 습관들이 체득된 게 많다.

 

사고하는 방법.

 

객과적으로 사실을 바라보려고 신중하는 방법.

 

어떤 패턴을 가지는지 통찰해 보는 방법.

 

윤리의식이란 무엇인지.

 

어떤 태도를 갖추고 살아가야 하는지

 

등등

 

현재 직장생활을 하면서 석사 생활의 독서량의 10분의 1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간다면 석사 생활을 할 것이라고 스스로 답한 거 같다.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지식인들을 만난 2년이기에

 

그 시간이 없는 나를 상상하기 싫기 때문이다.

 

장단점. 시간과의 트레이드오프. 대학원 생활을 선택한다면 수많은 시나리오들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석사 생활을 고민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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